제목
평창읍사무소 마당의 비술나무 강풍에 쓸어지다
작성자
엄기종
등록일
2020-02-22
조회수
3284
내용

평창읍사무소 마당의 비술나무 강풍에 쓸어지다 / 엄기종

 

20202. 222일 오후 바람이 쎄게 불어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오후 4시경 평창읍사무소에서 읍사무소 마당 고목이 쓸어졌다며, 그 나무에 대하여 알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이 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비술나무다. 꽃도 봄에 빨리 피고 씨도 제일 빨리 떨어져 당해에 바로 발아를 하며, 먹을 게 없을 때 껍질을 벗겨 먹으므로 구황식물이고, 위장에도 좋고, 판옥선 목조배를 만들 때 껍질을 접착제로 사용하여 임진왜란 시 못을 사용한 안택선 일본배와 충파작전에서 공을 세우는 역할을 하였으며, 과거 오가피나무의 오가피, 뽕나무의 상근피, 엄나무의 해동피, 느릅나무의 유근피로 많이 쓰던 한약재료로 쓰이는 우리들의 일상에 도움의 시혜를 많이 주어온 나무다.


느릅나무에는 느릅나무 참느릅나무 왕느릅나무 난티나무 비술나무 다섯 종이 있으나 구분하기가 어려워 씨를 지갑에 몇 개 넣어 언제 산림청 갈 일이 있으면 확인하려고 했는데, 1999년 아시아동계올림픽 대상지선정을 위해 발왕산의 희귀식물 조사를 온 조사반장에게 확인 한 결과 비술나무로 확인 되었다.

그 조사반장은 전국에 비술나무 천연기념물이 없으므로 천변리 비술나무를 확인 차 평창에 들려 빨리 천연기념물로 지정신청을 하라고 했으나 업무가 환경과라 당부를 했어도 아직 이루어지질 않았다.

공직을 마치고 지속가능발전 평창의제21 협의회를 창립하여 이끌 때 평창강변에 비음수들이 없어 이 평창읍사무소의 비술나무 씨 한 푸대를 거두어 강변에 뿌리는 작업을 하였으나 씨의 배아가 해걸이를 하는 걸 몰라 실패를 본 일이 있다.


우리군에는 전체적으로 비술나무 자연식생지이다. 대관령면 유천리는 느릅나무가 많아 느릅나무 유자가 쓰였고, 유천리를 지나가는 고속도로변에 비술나무 보호수가 있어 이 보호수 때문에 현고속도로 확장 시 설계변경을 하면서 베어지지 않고 아직 건재하고 있다,

진부면 간평리 식당단지 도로변에 있던 보호수는 주변 식당의 소금기 있는 음식폐기물을 뿌리 부근에 폐기하여 고사하였고, 송정리에는 보호수 여러 대가 있으며, 대화면 모릿재 도로변에 보호수 1, 대화농협 창고부지에 우량목 1, 안미리 도화덕에 보호수 1, 대화리에 보호수 1, 평창 천변리 1, 약수리 2, 우리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 멋있는 보호수 1본이 살구실에 살고 있어 자랑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멋있고 오래된 나무일 것이다. 인근 정선과 영월에도 많이 서식하고 있으나 천연기념물은 평창이 선점하여야한다.

  

조선 실록에 조선초기 양사언이 평창군수로 부임하여 군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감세 혜택을 상소하는 글이 있다. 어려운 군민을 도우려는 정성이 넘치는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나올 정도라 지금이라도 공덕비 건립을 도모해보려는 속셈으로, 당시 이 비술나무가 군청 마당에서 양사언 군수와 같이 생립했었를까를 따져보았으나 수령이 한 참 못 미치는 것을 알았다


평창군의 심장 옛 평창군청 마당에 자라고, 이제는 평창읍사무소에서 군민과 함께 생사고락을 한 노고수가 썩은 목질 심재로 더 지탱하지 못하고 도복한 광경을 목도하고 비참한 심정이다.

 

다행히 뿌리는 건재하여 상단부위 가지들을 제거하고 다시 세우면 분명 살 수가 있다. 그러나 수 백년 수령의 도복목의 노거수 무게를 어찌 세우랴. 힘든 일이나 이 죽어가는 노고목을 세우고 지주를 단단히 하여 살리기만 한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과 함께 생명을 이어갈 수가 있다.

이 도복목은 산천에 즐비한 생명과는 다른 생명이다. 우리 곁 행정의 중심에 서 있었던 평창군민은 다 기억하는 나무다.

나무의 목질부는 생명과는 큰 영향이 없고 물을 나르는 수관과 나무가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의 생명은 껍질과 목질 사이의 부릉켜 즉 나이테를 형성하는 부위에 있다. 그래서 속이 다 썩은 고목들이 죽지 않는 이유다.


땅은 공극에 의하여 공기들이 알게 모르게 드나들며 땅 속의 습기를 조절한다. 그런데 그런 땅에 아스팔트나 세멘트로 덮으면 지표가 공기와 차단되어 덮인 땅 속 부근의 다른 곳의 습기가 스며들어 평소보다 습기가 높아져 거기 살던 나무의 뿌리를 상하게 한다.

뿌리가 썩으면 상단 가지가 하나씩 서서히 죽어간다. 이 읍사무소 도복목도 주변 땅을 포장하면서 공극이 막힌 땅의 습기로 나무를 지탱할 심근이 부패하여 생긴 일이다. 이 경우는 천변리 보호수 주변 지표를 덮은 나무에도 장차 다가올 해이며, 약수리 보호수는 제방 세멘트가 앞으로 목질부로 파고들어 해를 입힐 것이다. 나무에 상처를 입히면 수액이 흐르고 그 수액을 나비 나방이 개미 등이 빨아먹으며 균을 옮겨 서서히 부식 되면 동공이 생기며 바람에 넘어지는 것이다.


평창읍사무소를 지켜오던 비술나무의 상단 새가지들을 많이 절지하여 수분증발을 막고 그대로 세워 지주를 잘 하면 살아온 만큼 더 살게 되니 그 나무가 얼마나 고맙다고 하겠는가. 자연을 사랑하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후손들이 만세에 전하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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