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언제부턴가 귀농, 귀촌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강원도 산 속에 들어가 약초를 키우며 살고싶어 하였습니다.
2020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산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땅이 좋으면 가격이 안 맞고, 가격이 맞으면 우리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날마다 이곳저곳 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운 정보가 없나 살피던 중 지난해 12월 말쯤, 평창군 홈페이지에 귀산촌인을 위한 임대주택 및 임대농지를 지원한다는 공고를 보았습니다. 농사지을 땅도 임대해 주고, 더불어 살 집도 임대를 해준다고 하니 남편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습니다. 남편은 신청서를 작성하여 그 다음날 평창군청 산림과에 들어가 접수를 마쳤습니다.
신축년이 밝았고, 1월 중순경 귀산촌 임대사업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곧바로 평창군청에 들어가 계약을 하고, 임대주택 키도 받아왔습니다. 그렇게도 살고싶어 했던 평창에서의 집과 농지가 생긴 것입니다.
그 후 간단한 이삿짐을 꾸려서 미탄면 백운리에 있는 우리집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퇴근하고 갔던 터라 늦은 밤에 도착하였는데 고즈넉한 달빛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이삿짐을 부려놓고 간단하게 치운 다음 임대주택에 갖춰져 있던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거실 창문에 스며드는 달빛과 친구하며 밥을 먹다보니 기쁨이 넘쳐 하루의 피로를 잊기에 충분했습니다.
임대주택은 요즘 유행하는 스틸하우스였습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안이 더 좋았습니다. 안에는 벽, 천장이 원목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향긋한 나무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전기로 난방이 되는데 급히 데워지고 급히 식는 전기온돌 판넬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천천히 데워지면서 온도 또한 오래 유지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평창에 오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은 추위였습니다. 남편은 추위에 약했고, 강원도 평창은 눈이 많고 매우 춥기로 이름난 곳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또한 ‘조립식 주택은 춥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번도 난방을 하지 않은 집 치곤 꽤나 아늑했습니다. 벽을 살펴보니 두께가 30센치 정도 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단열에 신경쓴 집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는데 외풍이 거의 없었습니다.
더욱 감탄한 것은 인덕션,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 전기밥솥, 전자렌지를 모두 갖추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화장실에는 동파되지 않도록 천장에 방열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벽 이곳 저곳에 콘센트가 많았습니다. 집을 지어본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지은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집의 편리성과 단열성, 내구성을 완벽히 갖춘 집이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감동스러운데 거실, 주방, 그리고 작은 창문에는 블라인드까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불과 식기만 가지고 와서 살아가란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진정한 귀산촌 지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기 좋고 자연과 접한 곳에서 하루를 자고 나니 몸에 있던 피로가 완전히 가신 듯 했습니다. 평창에서 살게 된 남편도 기분이 좋아서 기운이 솟는다고 합니다.
다음날 20분 거리에 있는 농지로 향했습니다. 아담한 산 비탈에 우리가 가꿀 농지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산을 둘러보며 봄이 오면 여기에 뭐를 약초를 심고, 여기에는 옥수수를 심고 하면서 신났습니다. 봄은 벌써 남편에게 온 듯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우리가 임대한 곳은 평창군의 귀산촌 지원 시범사업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사업이 더욱 확대되어 평창으로 귀산촌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이 새로운 평창 생활에 안전하고 빠르게 연착륙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