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개수리 그 사람!
작성자
장태창
등록일
2021-04-14
조회수
1689
내용

 ‘개수리’ 그 이름만 들어도 평창스럽고 정감이 간다. 

 산이 좋아 물이 좋아 그 자연 그 숲에 나도 한그루 나무되어 한번 살아보고파 이 마을 저 산 너머 땅을 보러 다니고 있다. 벌써 1년여. 아직은 인연이 없는지 발품을 더 팔아야 하는지 그런 땅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평창군은 8개(읍)면 191개 마을, 인구 5만도 되지 않는 山林의 고장이다. 막동리, 먹골, 총알이라도 장전하라는 뜻인지는 몰라도 장전리 등 평화의 땅 평창에는 이런 저런 재미난 지명이 참 많다. 지명이 재미나고 정감이 간다고 하여 산이 좋고 물이 좋다고 하여 거기 사는 사람이 다 좋고 정감이 가는 건 아닐 것이다.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에 가면 정말 평창, 자연을 은애하여 넉넉한 자연을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평창이 좋아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살고 싶어진다. 그 이름 박00 님.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DNA는 천상 타고났다. 굳이 수고와 대접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당신은 당신이 손수 키우고 수확한 대추와 약수로 끓여서 기어코 대접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따뜻한 대추차 한잔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 인심선심은 기본, 요즘 사람 같지 않게 돈이 아니라 情으로 사는 사람.


 굳이 길잡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쪼개서 동네 빈 집이며 매물로 나온 땅을 일일이 소개해주고 땅 주인의 성향까지 살뜰히 챙겨준다. 심지어 인근 동네방네 성님, 아우님에게 전화 해 좋은 땅 정보까지 마치 친정엄마가 시집 간 딸 챙기듯 살갑게 챙겨주었다. 땅을 다 보고 헤어질 때에도 그랬다. 헤어지면 그만이다. 처음부터 남남이었고 지금 가면 다시 못볼지도 모르는 남남인데 그래도 그녀는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당신이 뼈 빠지게 농사지은 배추로 담근 청정백김치, 건강에 좋다는 화살나무새순, 약수까지......하나라도 더 챙겨주며 웃어주는 그 사람. 평창에 이런 사람이 또 어디 계실까?


 분명한 것은 그녀가 부동산을 하는 사람도 평창원주민도 아니며 이처럼 외지인에게 잘해준다고 해서 당신께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을 육십년 넘게 산 그녀도 모르지 않을 터.

 외로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그랬다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혹여 사람이 외롭다 해서 사람이 그립다 해서 다 저렇게 살까?


 비가 오지 않아도, 햇살이 좋아도 생각나는 개수리 그 사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슨 비지니스처럼 해야만 되는 세상,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가고 돈이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세태.


 어떤 공직자는 한 명이라도 더 평창에 와서 살 콘텐츠를 생각하고 정책과 지원방안을 개발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반면, 어떤 원주민은 외지인이 평창에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이른바 텃세!

 사람이 산과 살면 산을 닮고, 개와 살면 개를 닮고, 참꽃 히어리 민들레 꿩의바람 노루귀 머위 엘레지...야생화와 살면 그 사람도 꽃이 된다.


 사람이 살아야 집이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더 이상 집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딱따구리 개구리 버들치 가재 갈대처럼 어울렁더울렁 같이 살아야 한다.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 숲을 이루고 백만 천만 오는 인간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는 산이 되듯, 사람이 하나 둘 모여서 이웃이 되고 마을이 되어 더 나은 평창이 되지 않겠는가?


 사람이 산다는 것, 누구네 집 아들 취직했다더라, 누구네 땅 팔아서 돈 좀 벌었다더라. 세상 사람 사는 얘기(사연) 다 거기서 거기. 장미산 이름모를 저 산마루 어디쯤에 터 잡고 산다면, 심심하다고 일부러 찾아와 바람이 동무해주고, 밤하늘 가득 저마다 간직한 별들의 첫사랑 속삭임 들으며 꽃다지 차 한잔도 좋고, 평창한우갈비에 소주 한잔도 좋고, 산이화 지짐, 눈개승마, 쑥튀김에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우주와 땅이 내주는 精氣 취하도록 마셔도 뭐라고 하는 이 없는 그런 삶, 인생이 뭐 별건가.


 그대, 평창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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