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2020), 난 봉산리를 비롯하여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다는 평창군의 오지마을을 들쑤시며 돌아다녔다. 자연인처럼 살고 싶어서였다. 인생이란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숨 막히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다. 오지마을의 아름다운 평창산하는 자연 그대로 하나같이 살아있어 보기만 하여도 가슴은 뻥, 어느새 새파란 하늘처럼 내 가슴은 씽씽 파랗게 물들여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서울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마을 이장님들은 한결같이 모두들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2021년 1월, 마침내 나는 평창군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미니이사를 했다. 이처럼 평창군 귀산촌-인연이 되기까지에는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아름다운 이들이 많았다. 타 지역과 다른 강원 평창인들만의 순수와 인간애, 텃세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풋풋한 인정이 살아있음을 보고 느꼈다.
산다는 것은 곧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이광현 주무관(산림과)과의 만남도 그랬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평창군청을 찾아가 ‘귀산촌’ 상담을 청했을 때 이광현 주무관은 통상 민원인을 마지못해 응대하는 여느 공무원과 달리, 진솔했다.
평창군의 귀산촌 정책과 방향 그리고 평창군의 지리적 생태적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디테일하게 말해주었다. 그러한 진솔함은 상담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 같은 귀산촌 희망자들에게 현재,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과 결코 만만치 않을 평창생활 적응과 문제에 대해 깨우쳐 주었고 현실을 직시 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돼주었다.
미탄면 백운리 소재 평창군 귀산촌 6평짜리 임대주택.
장난감처럼, 너무 크지 않아서 좋았고 정말 아담하고 내 집처럼 편안했다.
산이 큰 자산인 평창군, 군유지인 산도 일부 임대를 받았다. 산에서 자라는 약초나 임산물 제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임대받은 산에서 귀산촌 희망자들은 몸소 작물을 심고 가꾸고 키우는 과정을 통하여 배우고 시행착오를 할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체득하고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평창에서의 살 길’이 멀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동무해주는 시원한 바람과 하늘, 어머니 품 같이 사람을 품어주는 가리왕산, 촬촬촬 골짜기마다 흐르는 맑디맑은 물, 나 역시 자연과 동화되어 같이 동행한다면 평창에서의 여정은 결코 외롭거나 힘들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 사는 맛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굴뚝연기처럼 따뜻하지 않을까.
평창에서 살아보기, 그동안 도회지 삶에 찌들었던 인간의 몸도 마음도 정신도 파릇파릇 봄새싹처럼 새롭게 새생명처럼 푸르게 푸르게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