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층 더 성숙해 지는 평창군민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작성자
하지택
등록일
2023-01-10
조회수
1479
내용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들은 아주 많다. 그러나 아주 못생긴 여자를 호칭하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금방 생각나는 말 정도는 박색(薄色) 정도가 아닐까 한다. 비슷한 말로는 못난이나 추녀(醜女), 추부(醜婦)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녀전(烈女傳)>에 보면 ‘무염녀’라는 고사가 나온다. 무염은 소금이 많이 나는 지방의 이름으로, 곧 무염에 사는 여자라는 뜻이다.


 전국시대 제나라 선왕(宣王)의 정실은 무염 태생의 세상에 둘도 없이 못생긴 여자였다. 얼마나 못생겼냐 하면 이마와 양 눈은 툭 튀어나왔고, 손은 크고 마디는 매우 굵었으며, 코는 마치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몸은 매우 뚱뚱했으며, 허리는 굵고 가슴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가 하면 피부는 거칠고 검은 반점이 있었으며, 온몸에 여드름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나이 마흔이 되었어도 누구 하나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시집도 가지 못하는 처지의 여자였다고 한다.


 얼마나 추녀였는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이 희대의 추녀가 어느 날 몹시 초라한 복장을 하고 왕궁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선왕을 한 번 뵙기를 청하면서 성문 수문장을 통해 내시에게 다음의 말을 전하라고 했다.


 “저는 제나라의 보잘 것 없는 계집이옵니다. 듣잡사온데 임금님의 성덕이 천하에 자자한지라 후궁의 청소부라도 하면서 그 은덕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문지기는 너무나 추녀였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일단 왕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그 때 선왕은 궁전 뜰에서 대신들을 불러 놓고 연회를 베풀던 중이었다. 문지기의 말을 들은 모든 신하가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무염녀의 추한 얼굴에 대해서는 제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천하에 둘도 없는 뻔뻔스러운 여자이지만 흥미가 생기는구나.”


선왕은 이렇게 말하고 그 추녀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저는 잘난 곳이라고는 어느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을 한번 뵙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무슨 할 말이 있지 않느냐?”


 왕이 말하자 추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왕의 결점 네 가지를 말하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어느 것 하나 틀린 곳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 참 좋은 말을 해 주었다. 무염녀.”


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재능에 탄복해 왕비로 삼고 무염군에 봉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가 무염군이 되었든 간에 얼굴이 못생긴 여자를 일러 ‘무염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미녀를 서시(西施)라고 부르듯이 무염녀는 아예 추한 여자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리하여 무염과 서시는 정반대의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추한 것을 높이 여기고 아름다운 것을 낮게 보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이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무염을 새겨 넣었는데 엉뚱하게도 서시가 되었다.(刻畵無鹽 唐突西施.각화무염 당돌서시)”라고 말한다.


 여기서 ‘각화무염(刻畵無鹽)’이라는 성어가 생긴 것이다. 즉 비유가 타당치 않거나 너무 차이가 나는 물건을 비교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한다.


 그런데 <신서(新序)>에는 “이 사람은 천하에서 얼굴이 가장 두꺼운 여자로다(此天下强顔女子也.차천하강안여자야)”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강안여자(强顔女子)’라는 성어가 생긴 것이다. 얼굴이 강한 여자라는 말로, 얼굴이 너무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강안(强顔)’은 낯가죽이 두껍다는 뜻으로, 뻔뻔스러움을 이르는 말인 ‘후안(厚顔)’이나 염치가 없고 뻔뻔스럽다는 뜻의 ‘철면피(鐵面皮)’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오종문 지음. 이야기 고사성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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