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을 목숨처럼
1597년 한 여름, 네덜란드 선장 빌렘 바렌츠는 선원들과
새로운 교역로를 찾기 위해 북극해에 들어갔다.
그들은 기대했다.
여름철이면 24시간 낮이 지속되는 ´백야 현상´으로 얼지 않은
바다에서 아시아에 도달할 최단 향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배는 빙하에 갇히고 말았다.
선원들은 닻을 내리고 빙하에 올라 갑판으로 움막을 짓고
불을 지폈다.
얼마 안 가 식량이 떨어지자, 북극여우와 곰을 사냥해
허기를 달랬다.
그사이 무려 네 명이 죽었고, 배를 띄운 지 일주일 만에
쇠약해진 빌렘 바렌츠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십여 일 뒤, 그곳을 지나던 러시아 상선에 구조된
선원은 열두 명이었다.
그들이 네덜란드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감동했다.
위탁 화물인 옷과 식량 약품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에 떨고, 괴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고객의 물건을 꿋꿋이 지켰다.
생명 못지 않게 상도를 중시한 그들의 모습은 많은 이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이후 네덜란드 상인은 신용을 목숨처럼 여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네덜란드는 유럽 해상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번영의
꽃을 피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