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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 곧 제야의 종소리 행사가 진행 되겠습니다
작성자
하지택
등록일
2022-12-31
조회수
1439
내용

 


제야의 종소리 / 김별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반짝이던 


나뭇잎이 떨어지고 


모닥불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듯이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이 한 해도 다 끝나버리고 말겠지요


 


끝없이 밀려오던 풍랑 속에서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버텨 온 고단한 삶이 


너무도 힘겨워 그만 내려놓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지고 온 내 몫의 짐을 


나도 무사히 내려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이 저녁에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경건한 기도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따듯이 물을 데워


당신의 수고한 언 발을 씻어드리고 


그 발등에 입맞추겠습니다


 


내 기도의 시작은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척했던 것


마음만 아파하며 돌아섰던 것에게


비로소 용서를 구하고 


가장 미워했던 순간을 반성하며  


내 종아리를 스스로 때리겠습니다


 


종교와 법률과 윤리의 잣대를 빌리지 않고


이념과 환상과 감정에 의지했던 모든 부당함을 내려놓고


그동안 이루어졌던 싸움과 미움과 갈등을


오로지 가슴에 손을 얹어


양심의 가책으로만 용서를 빌고 용서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저녁에는 


소중함의 의미를 다시 새기겠습니다. 


선의 이름으로 든 분노의 칼을 내려놓고 


지금껏 받아 온 고통과 굴욕과 멸시,


혼자서 감추었던 숱한 눈물과


가난한 이 삶조차 


한 알 한 알 꿰어야 할 보석과 같았음을 


진주보다는 진주를 만들기 위한 고통의 시간들이 더 소중한 기록이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일 뿐


태초부터 그랬듯이 세상은 


혼돈과 유혹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어리석은 판단과 힘으로는


내 스스로조차 온전히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초라함으로 어찌 세상을 살았다 할 수 있을까만


 


나의 분노와 절망과 사랑은 


벼랑 끝에 떨고 있는 한 송이 꽃처럼 


눈물겹고 나약하여 보잘 것 없는 것이었기에


다시 폭풍을 견뎌야 할 이유를 배우겠습니다


 


내 사랑은 부족했습니다.


장작불처럼 활활 타올랐지만


온전히 나를 버리는 헌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 비움은 탐욕스러웠습니다


허전함을 채울


충만함을 배우지 못했고


작은 손익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직 나의 저울은


넉넉함보다는 아쉬움의 무게가 더 큰 까닭입니다.


 


경솔함과 진지하지 못함을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뜨겁게 열변을 토했을 뿐 냉정히 듣지 못했고


주머니에는 아직 버리지 못한 송곳이 번뜩여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결국은 내 자신을 찌르고 말았습니다


더 큰 소통을 위해


내 스스로를 달구어 때리는 더 큰 용기와 고통을 감내하겠습니다


 


돌아보거니


모든 것이 부끄럽고 죄스럽고 황량합니다


가장 쉽고 평범한 진리로 사랑하고 감동하는 방법을


책이 아닌 


목마름이 아닌


종교보다 더 큰 평범한 상식으로 배우겠습니다


 


총명함보다는 성실함이


출중함보다는 순수함이


지혜로움보다는 우직함이


진정한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 줄 진리임을 의심치 않고


늦었다고 조급함이 없이


처음의 마음을 마지막까지 온전히 지키겠습니다


 


태초부터 인간의 불은


밥을 짓고 차를 끓이고


따듯하게 방을 데우는 일에만 쓰여 지지 못했습니다


 


아래로만 흐르는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순리를


연어와는 다르게 거스르고 말았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만물의 영장이라 행세하며


제왕으로 군림했습니다


늦어서야 그 어리석음과 탐욕을 반성하는 대신


오히려 재앙만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 밤은


아직은 반성과 희망의 기회를 남겨 주신


대자연의 숭고함에 감사하게 하소서 


 


가지 끝에 매달린 까치밥 한 알에서도


순결하고 경이로운 감동을 배우게 하시고


 


짐승들에게 자신의 시신을 먹이로 던져주어


기꺼이 자연의 은혜에 순응한


위대한 인간 정신과


한그루 나무의 거름이 된 육신과


강물에 뿌려져 다시 이슬이 된 마음과


흙으로 돌아가 다시 무성한 녹색을 키우는  


이 땅의 사라진 영혼들을 잊지 않게 하시고


 


고목이 되어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나무에게서


나이를 먹을수록 영악하고 추해진 몸과 남루해진 영혼을 씻어


투명하고 깨끗한 눈으로 만물을 마주 보게 하소서


 


평등과 행복을 말하기 전에


차별이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죄악임을 알게 하시고


오늘의 이 가장 평범하고 준엄한 약속을 


세상을 다하는 날까지 목숨보다 귀하게 지키게 하소서


 


어느 구세주나 권력자의 말보다


등이 굽고 손이 거친 무지렁이들의 노고가


사막이 되어버린 세상을 꽃밭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인 것을


의심치 않게 하소서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했던 한해였건만


또다시 아쉬움과 부족함과 후회만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른 세 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손을 모아 반성하고 소망하고 감격하며 


다시 소중한 새해를 기약하겠지요


나도 등불을 들어 


이들과 끝까지 밤을 함께 하겠습니다


 


손과 손이 


눈빛과 눈빛이


마음과 마음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맞잡아도 흐트러짐이 없이 언제나 하나인 


강강술래의 거대한 원이 되어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꾸는


새로운 꿈을 갖게 하소서 


 


돌아보면 내 자신


언제나 어리석고 보잘 것 없었던


나약한 몸과 가련한 영혼으로


이 밤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나의 통곡을 들어 주소서!!


거스를 수 없는 인간 세상의 섭리로


이 춥고 시린 밤을 축복으로 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지구촌 곳곳에서 쏟아지는


저 미친 총포탄을 멎게 하시고


 


비만에 가려진 기아의 시대


굶주림에 죽어가는 가여운 목숨들을 살려 주소서


 


이 밤은


지하철역 콘크리트 바닥에서 새우잠이 든 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꺼진 탄불을 피우는 소년소녀 가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새벽부터 파지를 주워야한 하루를 연명 할 수 있는 


파뿌리 같은 노인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낯선 이국의 노동현장에서 밤을 새우는


고달픈 노동자들의 슬픔과 함께 하겠습니다


 


아무리 죄가 밉다 해도 


창살 안에 갇힌 


나와 다르지 않은 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온갖 고난과 절박함에 둘러싸인 


북녘의 동포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지진과 해일과 질병과 가난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 간 이 땅의 가여운 목숨들을


가장 순결한 모국의 언어와 가슴으로


기도하고 아파하며 


그들을 위해 노래하고 시를 쓰게 하소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세상에는 단 한 사람의 타인도 없이


모두가 향기로운 꽃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배고픈 자는 먹어야 하고


따듯하게 잠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


어떤 거짓과 탄압에도 두려움 없이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혀야 합니다


 


등을 기댈 언덕도


쉴 그늘도 없는 세상의 허허벌판에서


남은 여생을


다시 별점을 치며 하늘에 운명을 맡겨야 한다 해도


결코 부끄럽게 살지는 않겠습니다.


 


나약한 무신론자로 살았지만


종교를 부정하거나


성인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게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다처럼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나를 남겨두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의 손으로


그래도 진실은 거짓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믿고 있는


이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소서


 


살아볼수록 한계와 부족함이 늘어가지만 


지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잠들 수 없는 이 밤을 


최고의 순간이게 하시고


사랑이게 하시고


원수처럼 미워했던 존재들이


성벽이 되었다 해도 


다시 사랑하게 하시고


 


이 밤 한 사람도 소외됨이 없이 


사람이기에 존엄하고 


감사한 날이게 하소서


 


이렇게 추운 날 내리는 눈송이들이


기어이 봄을 열 씨앗들을


따듯이 품어 


잠들 수 있게 하소서


 


사랑함과 


사랑하지 않음이 다르지 않게 하시고


 


미움과


미워하지 않음이 더 큰 사랑으로 태동할 근본이게 하시고


 


이 별이 설령 지옥이었다 하더라도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천국일 수 있게 하소서


 


어둠을 이기고 다시 떠오를 새해의 태양처럼


다가올 날들을 


절망을 넘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게 하시고


 


오늘의 이 마음을


강물처럼 변함없이 이어지게 하소서


 


아!! 그리고


선량하고 정의로운 이 나라 국민을 


굽어 살피소서


치욕과 굴욕으로 떨게 한 미친 시대였다 해도


인류사에 가장 위대한 가치 


대동세상의 염원을


이 강토와 온누리에 펼치게 하소서


 


오늘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이 별을


당신과 내가 있어


남이 아닌 우리가 있어


영원히 영원히...복되게 하소서


 


그리고 내게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일만 


남겨 놓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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